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별도로 규율하는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대주주 중심이 아닌 독립된 이사회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야말로 진정한 가치 증대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특례법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며, 이사들의 충실의무를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 및 회사’로 확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현재 모든 회사에 적용되는 상법 조항이지만, 특례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만 이 규정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소수 주주들이 자신이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이사에게 집중시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집중투표제가 보장되지만, 이를 도입할지 여부는 개별 회사의 정관에 맡겨져 있어 강제성이 없다.
특례법에는 이 외에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 수를 현행 1명에서 3~4명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 이사회에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이사를 3분의 1 이상으로 채우도록 하는 조항,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전자주총과 현장주총을 병행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을 발의하는 김남근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출신으로, 오랫동안 재벌 개혁을 주장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해 왔다. 그의 특례법안은 이미 당 정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법안 추진을 위해 오는 12일 국회에서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 토론회는 김 의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 오기형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다.
지난달 말,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재벌 회장이 대기업 집단의 주인처럼 행세하는 것을 막겠다”며 ‘민주당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남근 의원이 이 간담회에 유일하게 배석하면서 그의 법안이 향후 민주당의 중요한 입법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당론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며,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이번 특례법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발의되는 다양한 관련 법안을 통합해 하나의 당론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계는 이 특례법이 도입될 경우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이사들의 충실의무가 주주에게까지 확대되면 각 주주가 손해를 보았다며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될 경우 이사들이 형법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될 경우, 경영권을 공격하려는 주주 측 이사가 선임되면 이사회 내 논쟁이 격화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다. 더 나아가,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제도가 강화되면 대주주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법안이 자산 2조 원 이상이라는 특정 규모의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형 로펌의 관계자는 “특례법이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특정 기업들에만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며 이 법안이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을 야기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특례법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가치 증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계의 강한 반발과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 큰 논쟁이 예상된다.
출처 : IMPACT ON(임팩트온)(http://www.impact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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