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ESG 평가에 대한 신뢰 부족을 드러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8개 기업의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57.1%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국내 ESG 평가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52.4%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지난해 9월 한국ESG기준원이 ESG 평가기관의 업무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기업들의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주요 원인으로는 ESG 평가기관이 평가와 함께 컨설팅을 제공하며 발생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71.3%의 응답자가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병행하면 이해상충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일부 평가기관이 낮은 평가를 부여한 뒤 컨설팅을 통해 이를 개선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상명 한양대 교수는 "가이던스는 평가와 컨설팅 업무의 분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두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ESG 평가기준의 해석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ESG 평가와 관련해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라는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ESG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력 부족'(59.3%)과 '평가 기준의 이해와 해석의 어려움'(48.1%)을 주요 문제로 들었다. 예컨대, '개인정보처리 사항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했는가'라는 평가항목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업들은 ESG 평가시장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ESG 평가기관의 전문성 강화'(31.8%)를 꼽았으며, 이어 '평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한 규율 강화'(25.0%)와 '법·제도화 추진'(21.4%) 등의 의견도 나왔다.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2월 ESG 평가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ESG 평가기관이 유럽증권시장청(ESMA)의 감독을 받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했으며, 영국 또한 2025년부터 ESG 평가기관 규제 법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팀장은 "가이던스 도입 이후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평가사의 낮은 신뢰도와 대응 역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EU와 같이 정부가 ESG 평가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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